아티스트: The Notorious B.I.G.
앨범 타이틀: Ready To Die
발매일: 1994년 9월 13일
평점: 10/10
1994년이 힙합 역사상 최고의 해라는 의견을 부정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웨렌 지(Warren G)의 [Regulate… The G Funk Era], 오거나이즈 컨퓨젼(Organized Konfusion)의 [Stress: The Extinction Agenda], 스카페이스(Scarface)의 [The Diary], 제루 더 다마자(Jeru The Damaja)의 [The Sun Rises In The East], O.C.의 [Word Life], 갱 스타(Gang Starr)의 [Hard To Earn] 등 그해에는 동부와 서부, 남부 모두에서 셀 수 없는 힙합 명반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1994년에 나온 최고의 힙합 명반은 나스(Nas)의 [Illmatic]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완벽한 프로덕션과 랩으로 완성된 해당 앨범은 명반을 넘어 힙합 그 자체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그런 [Illmatic]을 섣불리 1994년 최고의 힙합 앨범으로 분류할 수 없게 만드는, 또다른 걸작이 같은 뉴욕에서 발매되었다. 바로 오늘 발매 28주년이 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Ready To Die]이다. 해당 앨범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동부 힙합의 왕으로 세워줬을 뿐만 아니라, 힙합 역사에서 손꼽을 만한 걸작으로 남았다.
이 앨범이 걸작으로 평가받게 만든 주요 요소는 단연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역량일 것이다. 사실 그의 랩 실력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경지에 위치해 있었다. 육중한 목소리, 거칠면서도 정교한 플로우 설계, 뛰어난 호흡 조절 능력은 랩 자체가 줄 수 있는 쾌감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라킴(Rakim)과 쿨 지 랩(Kool G Rap)이 정립하고 우 탱 클랜(Wu-Tang Clan)이 발전시킨 ‘랩 스킬’의 결정체라고 할 만했다.
또한 그가 그런 랩으로 뱉어내는 가사도 신기에 가까웠다. 복잡다단한 라이밍을 유지하면서도 재치있는 워드플레이와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뱉어내는 모습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Warning’, ‘Gimme The Loot’이 힙합 역사상 최고의 스토리텔링 트랙들로 꼽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가 이렇게 하드코어한 가사를 쓸 때 가장 멋지긴 하지만, 그는 그가 다른 형식의 가사도 쓸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증명했는데, 거리의 고단한 삶에 대해 말하는 ‘Everyday Struggle’과 자신의 인생 철학에 대해 얘기하는 ‘Juicy’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흔히 말하는 ‘완성형 래퍼’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래퍼였다.
하지만 랩만이 뛰어났다면 이 앨범은 걸작으로 평가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앨범의 프로덕션은 비기의 랩을 잘 받쳐주는 것 이상이었다. 퍼프 대디(Puff Daddy)가 주도하는 가운데, 저평가된 동부 프로듀서 이지 모 비(Easy Mo Bee)가 하드코어한 붐뱁 비트들을 제공하고, 블루즈 브라더즈(Bluez Beothers)와 처키 톰슨(Chucky Tompson) 등이 나머지 트랙들을 맡으며, 최고의 힙합 프로듀서 DJ 프리미어(DJ Premier)가 1곡을 제공하는 형식의 프로덕션은 흠잡을 데 없이 모두 뛰어났다. 또한 대중적인 넘버들인 ‘Juicy’와 ‘Big Poppa’ 또한 뛰어나게 완성되어, 앨범의 유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훗날 이 앨범이 대중적으로 어필할 계기를 만들었다.
이 앨범이 발매된지 딱 28년이 지났지만, 이 앨범이 올드하게 느껴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비록 비기는 이 앨범과 또다른 명반 [Life After Death]를 남기고 세상을 떴지만, 이 앨범의 존재만으로도 그는 역대 최고의 래퍼들 중 하나로 평가받을 가치가 있다. 이 앨범은 힙합의 ‘골든 에라’가 정립된 앨범이라고 할 만하며, 동부 뿐만 아니라 힙합 역사상 최고의 명반들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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