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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Termanology - Determination (2022) 리뷰

아티스트: Termanology
앨범 타이틀: Determination
발매 년도: 2022년 8월 26일
앨범 길이: 45:06
평점: 7.5/10

터매놀러지는 20년이 다 되가는 커리어 동안 4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발매할 정도의 다작을 하는 아티스트이자, 뛰어난 표현력과 라이밍, 시원시원한 플로우를 겸비한 실력파 래퍼이다. 그러나 그는 명반은 커녕, 주목할 만한 앨범조차 별로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중간에 여러 콜라보 앨범들과 믹스테잎들을 발매하긴 했지만) 3년 만에 발매한 솔로작인 이 [Determination]은 그의 명반이 될 앨범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의 커리어에서 뛰어난 축에 속하는 앨범들 중 하나이다.

일단 이 앨범은 최근 고인이 된 DJ 케이 슬레이(DJ Kay Slay)가 참여하고 그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스태틱 셀렉타(Statik Selektah)가 프로듀싱한 ‘Determination’으로 시작해서, 님 로(Nym Lo)가 피처링한 ‘What You Know’까지 좋은 기운을 이어나간다. 좋은 인상을 주는 초반 4곡들 중에서도 에비던스(Evidence)의 멜랑콜리한 피아노 샘플 운용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주는 ‘The Sad Truth’는 가장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나름 괜찮은 비트를 가졌음에도 토니 선샤인(Tony Sunshine)이 도맡은 오토튠 훅이 망쳐버린 ‘Amen’를 시작으로 3곡 동안은 기세가 꺾이게 된다.

다행히 전설 중의 전설인 쿨 지 랩(Kool G Rap)의 피처링과 명곡 ‘Shook Once Pt.2’에 샘플링된 허비 행콕의 ‘Jessica’를 샘플링한 비트로 듣는 재미를 주는 ‘Let Ya Glock Burst’를 시작으로 다시 앨범의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다. 이후에 크게 귀에 잘 감기는 루프가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패숀(Fashawn), UFO 페브(UFO Fev), 트래지디 카다피(Tragedy Khadafi) 등의 피처링은 확실히 좋은 인상을 준다. 또한 후반부에는 스태틱 셀렉타가 여러 곡에 참여했는데, 그가 평소에 기복이 있는 것은 맞지만 다행히 이 앨범에서 그의 비트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편이다. 위에서 터매놀러지의 랩에 대해서는 별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이는 그의 랩이 크게 거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가 뱉는 시원시원하고 날카로운 플로우와 수준 높은 라이밍은 앨범 전체에 걸쳐 유지되며, 따로 특출나게 스킬풀하게 랩하는 부분이 없을 정도인다. 따라서 터매놀러지의 뛰어난 랩을 듣고 싶은 리스너들은 이 앨범에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또한 쿨 지 랩, 패숀, 트래지디 카다피 등의 거물들의 피처링 참여도 전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상 랩은 앨범을 듣기 전부터 검증된 상태이니, 터매놀러지의 앨범이 항상 그렇듯이 프로덕션이 앨범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다행히 이 앨범에서 빈약한 프로덕션은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소에 기복이 있던 스태틱 셀렉타의 비트도 대부분 괜찮은 편이고, 컨덕터 윌리엄즈(Conductor Williams), 183rd, 에비던스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들도 모두 좋은 인상을 준다. 에비던스의 피아노 샘플 운용이 돋보이는 ‘The Sad Truth’와 아마데우스 더 비트 킹(Amadeus The Beat King)가 명곡 ‘Shook Once Pt.2’에 쓰였던 샘플 ‘Jessica’를 활용한 ‘Let Ya Glock Burst’를 제외하면 귀에 잘 감기는 루프가 별로 없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만하면 터매놀러지와 게스트의 랩을 잘 뒷받침해주는 편이다.

터매놀러지는 정상급의 랩 실력에도 불구하고, DJ 프리미어(DJ Premier)와 같이 활동했을 시절을 제외하면 그의 스킬을 뒷받침해 줄만한 비트가 없다는 말을 계속 들어왔다. 다행히 이 앨범에서는 그의 랩이 괜찮은 비트를 만나 좋은 인상을 주는 편이다. 그가 이후에 갑자기 명반급 앨범을 발매할 일은 없어 보이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기만 한다면 그의 다작에 대한 인식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