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cee P - Perseverance (2007) 리뷰

Percee P - Perseverance

아티스트: Percee P
앨범 타이틀: Perseverance
발매 년도: 2007년 9월 18일
레이블: Stone Throws Records
장르: 얼터너티브 힙합, 붐뱁
앨범 길이: 54:05
평점: 8.5/10

퍼시 피는 1980년대부터 활동했던 베테랑이지만, 2000년대가 될 때까지 앨범을 발매하지 않았던 래퍼이기도 하다. 그래도 그는 여러 래퍼들의 곡들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인지도를 쌓았던 래퍼였다. 그러다가 그는 2003년, 얼터너티브 힙합을 상징하는 레이블 스톤 쓰로우 레코즈와 계약하였고, 2007년에 스톤 쓰로우의 간판격 존재인 매들립(Madlib)이 전곡 프로듀싱을 맡은 데뷔 이후 20년여만의 공식 데뷔작 [Perseverance]를 발매하게 되었다.

그 둘이 만나서 작업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인데, 그럼에도 이 앨범에서 비트와 랩의 부조화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일단 역대 최고의 랩 테크니션들 중 하나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하는 퍼시 피의 랩은 이 앨범에서는 초인적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뛰어나다. 적당히 굵은 근엄한 목소리로 뱉어내는 플로우는 한 번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랩으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쾌감을 주며, 한 문장에서 평균 2~3번 등장할 정도로 빼곡한 다음절 라임은 마치 같은 단어가 반복되는 느낌까지 준다. 이런 스킬은 앨범 전체에 퍼져 있어 최고의 벌스를 꼽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게스트들은 에이솝 락(Aesop Rock), 쥬라식 5(Jurassic 5)의 찰리 튜나(Chali 2na), 제다이 마인드 트릭즈(Jedi Mind Tricks)의 비니 파즈(Vinnie Paz), 오거나이즈드 컨퓨전(Organized Konfusion)의 프린스 포(Prince Po), 다이아몬드 디(Diamond D), 길티 심슨(Guilty Simpson) 등 모두 엄청난 래퍼들이고, 모두 뛰어난 벌스들을 선보이지만 퍼시 피는 다른 래퍼들을 모두 초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만큼 퍼시 피의 랩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매들립의 비트는 퍼시 피의 타이트한 랩을 잘 받쳐 준다. ‘Watch Your Step’ 등은 이전에 썼던 비트를 재활용하기도 했으나, 그런 점에서 오는 아쉬움을 모두 없애버릴 만큼 매들립의 비트는 뛰어나다. 퍼시 피의 랩에 맞춰 평소보다는 올드스쿨한 느낌이 묻어나나, 전체적으로는 얼터너티브 힙합이라고 분류할 수 있는 정도이다. 고전 게임의 샘플을 활용해 칩튠(chiptune)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2 Brothers From The Gutter’나 동양적 분위기의 ‘Raw Heat’이 대표적이다. 퍼시 피의 이트한 랩을 뒷받침하는 비트들은 랩처럼 하나같이 긴장감이 넘치는데, 시네마틱한 느낌을 주는 ‘The Hand That Leads You’, 불규칙한 보컬 샘플과 드럼 루프가 곡을 주도하는 ‘Mastered Craftsman’, 타이트한 드럼 루프의 ‘Throwback Rap Attack’ 등에서 알 수 있다. 물론 매들립의 역량을 생각하면 당연하겠지만, 비트들이 퍼시 피의 엄청난 랩과 거의 동등한 긴장감을 주어 비트가 묻히는 느낌은 전혀 없다.

이렇게 앨범은 전체적으로 타이트한 분위기를 주지만, 너무 뻔한 하드코어 랩 앨범이 되는 우를 피해간 것을 중간중간에 알 수 있다. 초반에 자신이 겪었던 고난들에 대해 진실되게 얘기하는 ‘The Man To Praise’, 힙합을 여자에 비유해 힙합에 대한 애증을 표현하는 ‘The Lady Behind Me’를 들으면 이 앨범은 완급조절이 잘 된 앨범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이 앨범 발매 이후 더 이상 앨범은 내지 않았고, 이 앨범을 통해 제2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던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런 명반을 남기기라도 한 것에 감사해야 한 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 앨범은 퍼시 피의 정점에 달한 래핑과 물오른 매들립의 감각이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앨범이다. 매들립의 완벽한 걸작 [Madvillainy]가 배틀 래퍼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Perseverance]였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