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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2022) 재리뷰

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아티스트: Kendrick Lamar
앨범 타이틀: Mr Morale & The Big Steppers
발매 년도: 2022년 5월 13일
레이블: TDE
장르: 트랩, 컨셔스 랩, 프로그레시브 랩
앨범 길이: 1:13:05
평점: 7.5/10

켄드릭 라마는 의심의 여지 없이 2010년대를 대표하는 힙합 아티스트였다. 그는 음악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최고의 위치에 오른 몇 안 되는 인물들 중 하나였다. [good kid, m.a.a.d. city], [To Pimp A Butterfly], 그리고 살짝의 논쟁이 있지만 [DAMN.]은 모두 힙합 씬 뿐만 아니라 음악 역사상 손꼽을 만한 걸작들이었다. 그러나 [DAMN.] 이후에 그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음악 활동 없이 잠적하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공적으로 복귀하게 된 것은 그를 포함한 닥터 드레(Dr Dre) 사단이 주도한 슈퍼볼 쇼에 출연하면서였다. 그의 역동적인 퍼포먼스는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와 함께 그의 새로운 앨범에 대한 관심도 커져갔다. 그의 이름값과 5년 만에 복귀일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 앨범은 그야말로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과장 없이 최근 앨범들 중에서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앨범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앨범이 기대치를 충족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잠시 뒤로 미뤄보고 음악적인 면에 대해 얘기해 보겠다. 이 앨범은 5년 만의 복귀작인 만큼 켄드릭 라마의 야심이 여실히 들어나는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더블 앨범이라는 점부터, 여러 프로듀서들의 기용에서 알 수 있다. 이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는 데뷔작 때부터 함께하던 사운웨이브(Sounwave)부터 최근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 붐뱁 프로듀서 디 알케미스트(The Alchemist), 가장 성공한 프로듀서들 중 하나인 퍼렐(Pharrel), 드레이크(Drake)의 동료 보이-원다(Boi-1da) 등으로, 최근 나온 앨범들 중에서도 쟁쟁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그런 프로듀서들에게서 나온 비트들은 디 알케미스트의 붐뱁(‘We Cry Together’)이나 퍼렐의 트렌디한 사운드(‘Mr Morale’) 등처럼 비교적 표준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보이-원다가 프로듀싱한 트랩 비트(‘N95’)도 켄드릭 라마가 [DAMN.]에서 트랩 비트를 여러 번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는 없다.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새로운 점은 비트들이 더 미니멀해졌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United In Grief’, ‘Mother I Sober’, ‘Worldwide Steppers’처럼 앨범에서는 미니멀한 피아노 루프로 구성된 트랙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이 앨범의 장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United In Grief’는 미완성 트랙에 가깝게 들리며, ‘Mother I Sober’는 앨범의 하이라이트 치고는 너무 신파적이면서 평이한 비트 때문에 밋밋하게 느껴진다. 또한 ‘Die Hard’의 퀄리티는 좋지만, 메인스트림에서 아주 쉽게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알앤비 힙합 사운드를 차용한 듯이 들려 아쉬움이 남는다.

켄드릭 라마의 랩도 비트와 비슷한 변화를 거쳤다. 위에서 언급한 ‘비교적 표준적인 프로덕션을 차용한 트랙들’에서는 비교적 표준적인 랩 스타일을 차용했고(물론 ‘We Cry Together’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미니멀한 비트를 차용한 트랙들’에서는 더 유약한 톤으로 랩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트에서의 변화와 마찬가지로 이 랩적인 변화도 좋은 인상을 주진 않는다. 위에서 언급한 허약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도 너무 신파적이고 심플한 비트를 가진 ‘Mother I Sober’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랩까지 너무 밋밋하고 빈약한 톤으로 일관하여 7분 정도나 되는 러닝타임 동안 지루함을 주어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데에 실패한 듯한 느낌을 받게 만든다. 이와는 별개로 코닥 블랙(Kodak Black)이 참여한 ‘Silent Hill’에서는 코닥과 함께 너무 진부한 멈블 랩을 하기도 했다. 비교적 표준적인 힙합 트랙들인 ‘N95’와 ‘Mr Morale’이 앨범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주고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미니멀한 프로덕션과 스포큰 워드(spoken word)에서 영향받은 듯한 플로우의 ‘Worldwide Steppers’ 등이 거의 언급이 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위에서 언급한 랩과 프로덕션에서 받는 아쉬움을 메꿔주는 것은 가사와 서사이다. 첫번째 디스크에서 켄드릭 라마는 여러 주제를 다루며, 또한 자신의 모순적인 삶에 대해 고백하면서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언뜻 보면 그저 커플 간의 싸움처럼 들릴 수 있는 ‘We Cry Together’가 메시지적인 면에서 첫 디스크의 대표곡이라 볼 수 있는데, 랩의 범주에서 벗어나 사실상 감정 연기를 하며 젠더 문제, 섹스에 대한 집착, 과도한 말싸움 등을 은유적으로 다루는 가사는 곱씹어 볼수록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든다.

두번째 디스크에서 그는 자신이 흔히 말하는 ‘구원자’가 아닌, 그저 평범한 존재들 중 하나라 말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코닥 블랙을 참여시켜 최악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게 한 것은 아쉽지만, 켄드릭 라마는 가사적으로 뛰어나다. 그는 자신이 ‘구원자’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며,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구원자’에 어울리지 않는 부족한 행동들을 솔직하게 말한다. 자신의 호모포비아적 행동과 성전환한 이모를 대비해서 보여주는 ‘Aunties Diaries’가 대표적이다. 이런 점은 앨범의 하이라이트 트랙 ‘Mother I Sober’에서 성폭행당했던 자신의 어머니, 섹스 중독으로 인한 와이프와의 문제 등에 대해 다룰 때 가장 두드러진다.

이 앨범의 가사는 켄드릭 라마의 가사들 중에서도 가장 문학적이고, 개인적이다. 또한 들을 때마다 새로 알아챌 수 있는 요소들이 숨어 있어 가사만으로도 앨범을 여러 번 재생할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한 음악 평론 사이트의 ‘신기에 가까운 랩과 프로덕션만으로도 들을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과 다르게, 이 앨범의 랩은 많은 부분에서 너무 밋밋하고 프로덕션은 지나치게 심플한 부분들과 너무 많은 피아노 비트들 때문에 많은 부분에서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이는 가뜩이나 긴 앨범의 길이와 연관되어서 후반부에 갈수록 지루한 느낌을 주게 된다.

결국 이 앨범은 5년 동안 받았던 기대치에 충족했다고 보기 어려운 앨범이 되었다. 그러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물론 이외의 이유도 있지만) 이 앨범은 켄드릭 라마의 앨범이라는 것 때문에 모두의 과대평가를 받고 있는 편이다. 호불호가 갈리긴 해도 많은 리스너들이 그의 최고작들에도 비견되는 걸작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모두가 ‘올해의 앨범’이라고 평가하기 바쁘다. 올해 나온 앨범들만 해도 이 앨범보다 높은 퀄리티를 가진 앨범들은 여럿 있으며, 이런 호평들이 상당수 이 앨범을 만든 사람이 ‘켄드릭 라마’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