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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Big Pun - Capital Punishment (1998) 리뷰

Big Pun - Capital Punishment

아티스트: Big Pun
앨범 타이틀: Capital Punishment
발매 년도: 1998년 4월 28일
레이블: RCA Records
장르: 팝 랩, 붐뱁
앨범 길이: 1:11:53
평점: 9/10

빅 펀은 생전에 하나의 앨범만을(사후 앨범인 [Yeeeah Baby]도 어느 정도 호평을 받긴 하였다) 발매하였는데도 역대 최고의 래퍼들 중 하나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는 온전히 그의 실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그의 실력이 완전히 담긴 그의 1집 [Capital Punishment]은 라틴 래퍼 최초로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다는 점 이외에도 힙합 역사에서 중요하게 거론될 가치가 있는 명반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이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 빅 펀의 랩이긴 하지만, 프로덕션도 충분히 뛰어난 편이다. ‘Beware’나 르자(RZA)가 프로듀싱한 ‘Tres Lenches’, D.I.T.C.의 쇼비즈(Showbiz)가 프로듀싱한 ‘Parental Discretion’ 같은 전형적인 동부 힙합 스타일의 프로덕션도 있지만, 싱글들인 ‘Still Not A Player’, ‘Punish Me’, ‘Im Not A Player’ 등은 팝 랩(pop rap) 스타일의 비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여러 프로듀서가 조력해 만든 비트들은 전체적으로 크게 흠잡을 데 없이 잘 흘러가는 편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빅 펀의 랩이다. 복잡다단한 라이밍과 살벌한 표현, 뛰어난 워드플레이들을 특유의 육중한 목소리로 뱉어내는 모습은 당시 기준으로도 현재 기준으로도 최고급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래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모습은 하드코어한 랩 트랙들인 ‘Beware’ 등에서 잘 드러나고, 팻 조(Fat Joe)와 함께한 ‘Twinz (Deep Cover ‘98)’에서는 유명한 텅 트위스팅 라인(Dead in the middle of Little Italy/Little did we know that we riddled two middlemen who didn't do diddly)이 알려주듯이 경이로운 라이밍을 선보인다. ‘The Dream Shatterer’, ‘Super Lyrical’ 등의 트랙에서 보여준 라임은 아직도 빽빽하게 배치된 다음절 라이밍의 대표적 예시들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Fast Money’에서 그는 생생한 표현력을 통해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선보이기도 한다. 또한 빅 펀은 하드코어 성향의 비트에 가장 어울리기는 하지만, 팝적인 비트와도 최고의 궁합을 선보인다. 이는 앨범의 대표 싱글들이었던 ‘Still Not A Player’와 ‘Im Not A Player’에서 잘 알 수 있는데, 해당 노래들에서 그는 평소의 하드코어한 가사와는 다른 노래의 주제인 ‘바람둥이’에 어울리는 능청스러운 가사를 선보인다.  이런 가사들도 그의 육중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며, 이 앨범이 어떻게 대중적인 면모까지 갖추어 성공을 거두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빅 펀은 게스트 래퍼들과 비교해도 언제나 뛰어난 랩을 선보이는데, 와이클레프 진(Wyclef Jean)이 참여한 ‘Caribbean Connection’, 노리에가(Noreaga)가 참여한 싱글 ‘You Came Up’에서는 게스트가 뛰어난 벌스를 선보임에도 빅 펀이 압도해버리는 경향이 있고, ‘Capital Punishment’에 참여한 프로스펙트(Prospect)는 아예 빅 펀의 경이로운 랩의 희생양이라고 할 만하다. 테러 스쿼드(Terror Squad)의 단체곡인 ‘Glamour Life’에서도 앞의 4명의 래퍼들을 모두 압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위에 언급한 ‘Twinz’에서의 팻 조와 ‘Super Lyrical’에서의 블랙 쏘웃(Black Thought)은 빅 펀과 대등한 실력을 보이기도 하며, 특히 ‘Super Lyrical’에서는 빅 펀이 엄청난 라임을 선보임에도 블랙 쏘웃의 랩은 거의 이와 대등할 정도이다.

이 앨범은 언제 들어도 괜찮은 프로덕션과 압도적인 랩을 리스너들의 귀에 제공한다. 팝 트랙과 하드코어 트랙들이 섞여 있어 앨범의 유기성이 애매하다는 점과 중간중간에 있는 스킷들이 살짝 거슬린다는 점을 제외하면 흠잡을 데가 딱히 없는 앨범으로, 현재까지도 대중적임과 하드코어함의 가장 이상적인 조합으로 남아 있다. 90년대 후반에 발매된 힙합 명반들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