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Prhyme (Royce da 5”9, DJ Premier)
앨범 타이틀: Prhyme
발매 년도: 2014년 12월 9일
레이블: Prhyme Records
장르: 붐뱁
앨범 길이: 34:47
평점: 8.5/10
이 앨범은 2014년 당시에 두 거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불러모았던 앨범이었으나, 냉정하게 말하면 두 아티스트들이 모두 전성기에서 한참 벗어난 애매한 상황에 있을 때 발매된 앨범이기도 했다.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은 정상급의 랩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빈약한 디스코그래피로 리스너들이 확실하게 믿을 수는 없는 래퍼라는 평을 받기도 했었으며, DJ 프리미어는 여러 명곡들을 프로듀싱하던 전성기 90년대가 지난 이후 기복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 둘이 만들었던 명곡 ‘Boom’ 등과 같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거물들의 콜라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소리소문 없이 취소된 앨범들(당장 DJ 프리미어만 해도 나스, 케이알에스 원 등 콜라보 앨범을 발매하기로 했었으나 취소한 사례가 있다)이 많으니 리스너들은 엄청난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결론만 말하자면 두 거장의 커리어에서 손꼽을 만한 앨범이 되었고, 동시에 그 둘을 부진에서 벗어나게 만든 앨범이기도 했다. 먼저 그 당시에는 기복이 심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DJ 프리미어는 이 앨범에서 손꼽을 만한 비트를 선보였다. 블랙스포이테이션(Blaxpoitation) 영화 OST를 만들었었고,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함께 명반을 만들기도 했던 아드리안 영(Adrian Young)의 음악만을 샘플링하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였는데, 그렇게 앨범을 전체적으로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로 만들어 유기성을 살리면서도 너무 비슷비슷하게 들리진 않게 만들었다. 싱글컷되었던 ‘Courtesy’가 대표적이다. 또한 그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감칠맛 나는 드럼도 여전한데, ‘Microphone Preem’에서 들려주는 드럼은 2010년대에 나왔던 힙합 음악의 산물들 중 가장 타격감이 강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오히려 드럼의 타격감은 전성기 때보다도 강해진 것 같은 느낌까지 주었다.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의 랩도 엄청나다. 사실 그는 그의 랩을 뒷받침해 줄 비트가 없다는 점을 빼면 랩은 항상 강력했었다. 하지만 DJ 프리미어의 뛰어난 비트가 덧입혀지자 이 앨범에서의 그의 랩은 비트 위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것이었다. 문장에 최대한 많은 단어들을 넣으면서 라임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는 그의 스타일은 이 앨범에서 가장 빛나며, ‘Courtesy’와 ‘U Looz’ 등에서 그가 박자를 밀고 당기며 완벽한 플로우를 선보이는 모습을 보다 보면 그는 랩을 하기 위해 신이 내린 사람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또한 피처링진들도 모두 제 할 일을 하는데, 알앤비 싱어 드웰레이(Dwele)는 ‘You Should Know’에서 뛰어난 코러스를 남겼고, 현재는 고인이 된 맥 밀러(Mac Miller)와 블랙 히피(Black Hippy)의 멤버이자 정상급 리릭시스트인 앱-소울(Ab-Soul)은 ‘Dat Sound Good’에서 뛰어난 벌스들을 남긴다. 시시각각 바뀌는 비트가 돋보이는 ‘Wishin’에서 커먼(Common)은 비트에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로 곡의 균형을 잡아주며 거장에 걸맞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힙합 씬의 신비한 존재로도 불리는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는 앨범에서 가장 멜로우(mellow)한 축에 속하는 트랙 ‘To Me To You’에 참여해 좋은 인상을 주었고, 스쿨보이 큐(Schoolboy Q)와 킬러 마이크(Killer Mike)는 ‘Underground Kings’에서 곡 제목에 걸맞는 뛰어난 랩을 선보인다. 그러나 앨범에서 가장 돋보이는 피처링 아티스트는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이 소속되어 있던 슈퍼그룹 슬로터하우스(Slaughterhouse)로, ‘Microphone Preem’에서 멤버 모두가 경이로운 랩 퍼포먼스를 선보여 압도되는 느낌까지 준다.
이렇게 완벽한 비트와 랩으로 가득찬 앨범이지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35분에 살짝 못 미치는 짧은 길이였다. 사실 앨범 길이를 과도하게 늘리다가 지루함을 주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너무 짧게 끝나는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 그러나 2015년에 발매된 디럭스 에디션(Deluxe Edition)이 ‘Golden Era’, ‘Wishin II’, ‘Highs And Lows’, ‘Mode II’ 등의 최고의 트랙들을 포함한 채 발매되어 이 앨범이 더 길었더라도 퀄리티가 나빠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 앨범은 DJ 프리미어가 그동안 부진하던 모습에서 탈출해 다시 좋은 비트를 선보이는데 시작점이 되었고,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의 커리어가 더욱 풍성해지는 것의 시작점이 되기도 하였다. 그런 면들 외에도 이 앨범은 2010년대에 나왔던 앨범들 중 최고의 붐뱁 앨범들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며, 골든 에라로 평가받는 90년대의 붐뱁 명반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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