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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2022) 리뷰

Kendrick Lamar - Mr Morale & The Big Steppers

https://hiphopplanet.tistory.com/m/40 - 재리뷰로 오세요. 아래 글은 그냥 재미로 보는 게 낫습니다.
티스트: Kendrick Lamar
앨범 타이틀: Mr Morale & The Big Steppers
발매 년도: 2022년 5월 13일
레이블: TDE
장르: 트랩, 컨셔스 랩, 프로그레시브 랩
범 길이: 1:13:05
평점: 7.5/10 서론
최근 들어 이렇게까지 기대를 모았던 앨범이 있나 싶다. 2011년에 발매한 데뷔작 [Section.80]으로 충분히 좋은 인상을 남긴 뒤, 2012년에 낸 그의 메이저 데뷔작인 [Good kid, m.a.a.d. city]이라는 힙합 역사에 남을 명반으로 평가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앨범을 발매했고, 2015년에는 [To Pimp A Butterfly]라는 흑인음악 역사상 최고의 앨범이라는 평을 받은 걸작을 발매하기도 했다. 2017년에 낸 [DAMN.]은 리스너들에게 켄드릭 라마 앨범 치고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는 평도 어느 정도 들었으나, 평론가들에게는 걸작이라는 엄청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켄드릭 라마는 평범한 뉴스쿨 래퍼 이상이 되었다. 흑인 사회에 대한 메시지를 남기며 그는 마치 현대의 투팍(2Pac)같은 아이콘이 된 것이었다. 그러나 켄드릭 라마는 [Black Panther: The Album]만을 남기고 이후에는 어떠한 음악적 활동도 없이 잠적하게 되었다. 그렇게 5년이 흐른 후 그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등장하자 그에 대한 주목도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졌다. 이후 그의 앨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앨범에 대한 주목도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 앨범이 발매되자 반응은 크게 엇갈렸는데, 피치포크(Pitchfork)와 롤링 스톤(Rolling Stone)은 각각 7.6/10과 3.5/5의 켄드릭 라마의 이전작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점수를 준 것에 반해 또 다른 걸작이라며 찬사를 내리는 의견도 있었다. 과연 이 앨범은 기대치를 충족한 앨범일까?

리뷰
일단 이 앨범은 더블 앨범이다. 사실 더블 앨범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용물이 풍성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난잡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더 앞서는 면이 있다. 게다가 켄드릭 라마가 더블 앨범을 대부분의 거물들이 거쳐가는 단계로 간주하고 자신도 그런 선배들처럼 되기 위해 더블 앨범을 만들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미니멀한 사운드를 차용한 것이 느껴진다. 이는 양날의 검이 되는데, 퍼렐(Pharrell)이 참여해 그 특유의 미니멀한 사운드를 선보인 ‘Mr Morale’은 좋은 인상을 주지만, 인트로 트랙이면서 심플한 피아노 루프를 주로 한 ‘United In Grief’는 미완성 트랙같은 느낌도 준다. ‘Die Hard’ 같은 곡은 퀄리티는 좋지만 지나치게 평범한 메인스트림 사운드를 차용한 느낌이 들어 아쉽기도 하다. 또한 위에 언급한 ‘Die Hard’와 ‘Purple Hearts’의 구성은 상당히 난잡한 느낌이 든다.

켄드릭 라마는 확실히 랩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것이 보인다. ‘Mr Morale’과 ‘N95’에서는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긴 하지만, ‘Worldwide Steppers’의 경우에는 스포큰 워드(spoken word)를 차용한 듯이 들리고, ‘Die Hard’에서는 싱잉 랩과 유사하게 랩한다. 그러나 ‘Worldwide Steppers’에서의 플로우는 아무리 오프-비트(off-beat)를 의도한 것 같다 해도 비트와 아예 어우러지지 않고, ‘United In Grief’, ‘Mother I Sober’에서의 보이스톤은 너무 단조롭게 들린다. 또한 화제의 트랙 ‘We Cry Together’은 새로운 메시지를 덧입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부부싸움 랩’은 듣기에 거북할 뿐만 아니라 에미넴(Eminem)의 ‘Kim’과 너무 비슷하게 들린다. 위에서 언급한 가장 표준적인 랩을 보여준 트랙들이 앨범에서 가장 좋은 인상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의 가사는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앨범에서 그가 풀어가려 한 메시지는 그저 자신, 신성하지도 초월적이지도 아는 평범한 인간에 관해서이다. 그의 가장 개인적인 가사들이라 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아버지로써의 가사를 쓴 ‘Father Time’이 있다. 그러나 앨범의 모든 점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면은 치명적인데, 대표적으로 자신이 구원자가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불러온 코닥 블랙(Kodak Black)은 ‘Rich’와 ‘Silent Hill’에서 최악의 인상을 남기며, 사운드들이 리스너들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크게 신경쓰지 않고 그것들까지 메시지와 동기화시켜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We Cry Together’에서 사랑이라는 감정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 과도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되어야 했던 ‘Mother I Sober’에서 깊은 가사와는 대비되게 위에서 언급했단 것처럼 너무 단조로운 랩 톤으로 인해 앨범을 어쩡쩡하게 끝낸 것도 아쉽다.

이 앨범의 가사는 여러 방향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고, 가사만으로도 앨범을 여러 번 돌릴 가치가 있다. 하지만 듣자마자 좋다는 생각이 드는 트랙이 별로 없고, 좋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모든 메시지를 이해하고 심지어 사운드와 랩 스타일까지 모두 연관지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앨범을 들을 때 이 앨범이 걸작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기보다는 마치 이 앨범이 걸작인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하는 느낌을 준다. 이 때문에 이 앨범을 프로덕션과 랩으로만 즐기기는 크게 어렵다. 결국 켄드릭 라마의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좋지만 이상한 감상을 주고, 기대치에 걸맞았다고 하기 어려운 앨범이 되었다.

베스트 트랙
드릴 비트 위에서 사치들을 걷어내면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 가사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N95’, 퍼렐의 미니멀한 사운드와 켄드릭 라마의 강렬한 랩이 좋은 인상을 주는 ‘Mr Mor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