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p-Hop/Reviews

KRS One - I A M A M C R U 1 2 (2022) 리뷰

KRS One - I M A M C R U 1 2

아티스트: KRS-One
앨범 타이틀: I M A M C R U 1 2
발매 년도: 2022년 2월 22일
레이블: R.A.M.P. Entertainment
장르: 붐뱁(?)
앨범 길이: 49:30
평점: 6/10

케이알에스 원이 힙합계의 전설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또한 현재까지도 거의 매년 앨범을 발매하고 있는 베테랑이기도 하다. 하지만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발매한 마지막 앨범 [I Got Next] 이후 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고, 앨범의 퀄리티 또한 떨어지게 되었다. [Kristyle] 등의 수작을 발매하기도 했으나, [The Sneak Attack], [Spiritual Minded], [Keep Right] 등의 범작들이 더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2012년 이후로 그의 앨범을 어떤 차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주목도는 없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56살이 되가는 그의 이번 앨범은 허약한 비트가 많았던 범작 [Between Da Protests] 이후 1년이 조금 넘어서 발매한 앨범이다. 이제는 프로모션에 대한 관심이 아예 사라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앨범 발매 이전에 여러 곡들과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는 등의 활동을 했음에도 이 앨범에 대한 하이프는 제로에 가까웠다.

일단 이 앨범은 미니멀하면서도 웅장한 기분을 주는 비트 위에서 케이알에스 원이 배틀 랩을 뱉어내는 ‘The Beginning’으로 시작한다. 이는 앨범의 베스트 트랙이라 할 만한 ‘Raw Hip Hop’으로 이어지는데, 긴장감을 주는 미니멀한 비트 위에서 케이알에스 원이 항상 그렇듯이 힙합과 관해 ‘가르치는’ 가사를 뱉는 이 곡은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케이알에스 원의 특징이 좋은 비트 위에서 표현되었다는 점이 좋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렇게 기분 좋게 시작했던 앨범은 저급한 비트와 단조로운 속사포 랩 때문에 힘이 빠지는 ‘Krazy’를 시작으로 하향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Can You Dance’는 비보잉 등의 힙합의 춤 문화를 다루지만 어쩡쩡한 클럽 튠 같은 비트 때문에 빛이 바래는 면이 있다. 이런 분위기는 최고의 비트는 아니지만 어두운 느낌을 어느 정도 표현하는 데 성공한 비트와 케이알에스 원 자신의 중요성에 관해 논하는‘Achieving The Levels’로 어느 정도 반전되고, 슬릭 릭(Slick Rick)을 샘플링한 ‘Knock Em Out’으로 다시 앨범의 감상이 나아지나 싶다. 그러나 ‘Club Rippa’는 미적지근한 기분을 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마추어스러운 비트의 ‘Wet it Up’부터 시작된다. 이 곡부터 앨범은 모두 허약한 비트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선 원(Sun One)의 어쩡쩡한 피처링과 난잡한 구성, 그리고 저급한 비트로 좋지 않은 감상을 주는 ‘Innocent’가 대표적이다. 타이틀곡은 그나마 나은 비트를 가지고 있지만, 초반에 있던 몇몇 트랙들에 비해서는 크게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는 앨범의 대부분의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랩 피처링도 한 선 원 때문인 면이 크다. 분명 ‘The Beginning’과 ‘Raw Hip Hop’, 그나마 ‘Achieving The Levels’와 ‘Knock Em Out’ 정도의 곡들에서 좋은 감상을 주던 그는 ‘Wet It Up’과 ‘Innocent’에서는 같은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질 나쁜 비트를 만들어낸다. 위에 예시로 든 두 곡들 외에도 선 원은 허약한 비트들을 잔뜩 프로듀싱해 전체적으로 앨범을 망쳐놓는다. 그가 랩으로 참여한 곡도 그의 좋지 않은 랩 실력 때문에 좋지 않은 감상을 준다.

이 앨범은 케이알에스 원의 여전히 괜찮은 실력과 가끔씩 들리는 수준급의 곡들 덕분에 그의 팬이라면 들을 만한 편이다. 하지만 그의 고질병이던 허약한 비트는 오히려 더 악화된 느낌이다. 그리고 눈에 띄는 트랙들 없이 허약한 비트들로 점철된 후반부는 리스너들이 지루함을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케이알에스 원의 가사들이 이미 진부함을 느끼게 만든 지 한참은 지났다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도 단조로운 속사포 랩의 ‘Krazy’나 비트를 따라서 애매한 플로우를 보여주는 ‘Wet it Up’을 들으면 그의 실력에도 약간의 의심이 가게 만든다. 케이알에스 원은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랩에 녹여내고, 무엇보다 믿을 만할 프로듀서를 기용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앨범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앨범 커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