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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Nas - It Was Written (1996) 리뷰

Nas - It Was Written

아티스트: Nas
앨범 타이틀: It Was Written
발매 년도: 1996년 7월 2일
레이블: Columbia
장르: 붐뱁, 마피오소 랩
앨범 길이: 58:29
평점: 9/10

나스의 1집 [Illmatic]은 클래식이었다. ‘일매틱’이라는 말 자체가 힙합 클래식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였다. 화려하진 않지만 완벽한 래핑과 시적으로 나타낸 거리의 삶, 그리고 DJ 프리미어(DJ Premier) 등 거물 프로듀서들이 제공한 최고의 비트들은 [Illmatic]을 힙합 그 자체인 앨범으로 만들었다.

[Illmatic]이 이렇게나 대단한 앨범이었기 때문에 나스는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의 대명사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나스의 디스코그래피는 좋지 않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나스를 심각하게 저평가하는 행위이다. 나스는 거의 30년에 이르는 커리어 동안 [Nastradamus]와 [Nasir]을 제외하면 모든 앨범이 수작 정도의 평가를 받았고, [Illmatic] 이상은 아니어도 여러 힙합 클래식들을 배출했었다. 대표적으로 나스의 2000년대 명반인 [Stillmatic], 미공개곡 모음 앨범이지만 왠만한 래퍼들의 최고작보다도 뛰어난 퀄리티를 지녔던 [The Lost Tapes], 어느 정도 의견이 갈리지만 나스의 명반들 중 하나라 할 만한 [God’s Son], 그리고 묵직함과 세련됨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던 [Life Is Good] 등이 그 예시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나스의 앨범들 중 [Illmatic] 다음으로 뛰어난 앨범은 거의 의심의 여지 없이 [It Was Written]이다.

사실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긴 해도 [It Was Written]은 만장일치의 호평을 받은 앨범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도 호평하는 반응이 좀 더 많긴 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스가 상업적으로 면했다’, ‘나스는 일매틱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등의 말을 했고, [Illmatic]만 들은 많은 리스너들이 이 작품을 듣지도 않고 소포모어 징크스의 피해자가 된 범작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심지어 롤링 스톤은 이 앨범에 5점 중 2점이라는 처참한 점수를 주기도 했다.

일단 이 앨범은 깔끔하고 짧은 힙합 앨범의 모범이었던 [Illmatic]에 비해 화려해진 것을 알 수 있다. 앨범 자체도 비교적 길고, 무엇보다 전작에서는 피처링 아티스트가 AZ밖에 없었던 것에 비교하여 이 앨범에서는 닥터 드레(Dr. Dre), 맙 딥(Mobb Deep), 로린 힐(Lauryn Hill) 등의 화려한 피처링진을 기용한 것이 눈에 띈다. 프로덕션 면에서는 전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DJ 프리미어(DJ Premier)는 물론 ‘Lifes a Bitch’를 프로듀싱했던 LES, 맙 딥의 해복(Havoc), 지펑크의 거장 닥터 드레 등이 참여했지만 트랙마스터즈(Trackmasters)가 무려 8곡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프로덕션의 경우에는 대중성을 노렸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실제로는 어두운 붐뱁에 가까운 편이다. 앨범 전체에서 밝은 트랙은 찾아보기가 힘들며, 현재 들으면 크게 대중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 편이다. ‘Suspect’나 맙 딥이 참여한 곡들에서는 오히려 부트 캠프 클릭(Boot Camp Clik) 같은 먹통 붐뱁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런 점들은 이 앨범이 대중들에게도 어필하면서 뉴욕 거리의 느낌은 잃지 않았다는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이유이다. 닥터 드레가 참여해 지펑크의 느낌도 나는 ‘Nas Is Coming’, 로린 힐이 참여한 ‘If I Ruled the World’도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한다.

나스의 랩은 이 앨범에서도 뛰어나며, [Illmatic]보다 발전된 모습도 보여준다. ‘Suspect’에서 보여주는 전작보다도 복잡한 라이밍이 그 예시다. 또한 이 앨범에서 그의 가사는 마피오소 랩(mafioso rap)을 시도했는데, 이 때문에 몇몇 평론가들은 앨범 발매 당시에 가사가 너무 뻔해졌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스의 생생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능력과 작사력은 이 앨범에서 오히려 더 발전되었었다는 느낌까지 준다. DJ 프리미어의 비트 위에서 자신이 총이 된 시점으로 생생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명곡 ‘I Gave You Power’, ‘자신이 만약 세상을 지배했다면’ 어떠했을지에 관해 이야기하는 ‘If I Ruled the World’를 들어보면 나스의 물오른 작사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앨범은 발매 당시에 받았던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앨범이다. [Illmatic]보다 뛰어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소포모어 징크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많은 면에서 나스의 역량은 더욱 발전된 느낌까지 주며, 프로덕션도 뛰어나다. 이 앨범은 나스가 과도하게 상업적이게 변한 앨범이 아니다. 이 앨범은 상업성과 거리의 느낌이 가장 완벽하게 조화된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