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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p-Hop/Reviews

Logic - Vinyl Days (2022) 리뷰

Logic - Vinyl Days

아티스트: Logic
앨범 타이틀: Vinyl Days
발매 년도: 2022년 6월 17일
레이블: Def Jam
장르: 붐뱁
앨범 길이: 71:58
평점: 8/10

로직은 확실히 뉴스쿨을 대표하는 래퍼들 중 하나지만, 그는 팬층과 안티층을 동시에 형성하고 있었다. 다른 래퍼에 대한 과도한 레퍼런스로 인한 독창성 부족, 혹은 그저 너무 백인처럼 보이는 혼혈 래퍼라는 점 때문에 안티층이 생긴 면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는 바로 그의 들쭉날쭉한 디스코그래피였다. 비록 지나치게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ood Kid, M.a.a.d. City]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의 첫 작품 [Under Pressure]는 2014년 앨범들 중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었고, 2집이었던 [The Incredible True Story]도 어느 정도 호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그의 3집 [Everybody]는 희대의 명반 [To Pimp A Butterfly]를 지나치게 벤치마킹하려다가 실패한 범작으로 평가받았었다. 4집 [YSIV]는 평가가 괜찮았었지만, 이후 2019년에 발매한 OST 앨범 [Supermarket]이 큰 혹평을 받고, 야심만만하게 발매되었던 [Confessions of a Dangerous Mind]는 역대 최악의 앨범이라는 비판까지 받을 정도의 작품이었다. 이러한 앨범들은 그의 명성을 깎아먹었고, 결국 그는 [No Pressure]를 통해 은퇴를 선언하게 되었다.

그런데, [No Pressure]가 발매되고 1년 후인 2021년에 로직의 음반사 바비보이 레코즈(BobbyBoy Records) 채널에 뜬금없이 독 디(Doc D)라는 아티스트의 믹스테잎이 올라왔다. 리스너들은 독 디가 로직의 MF 둠(MF DOOM)에서 영향받은 얼터 이고이며, 로직은 해당 얼터이고를 통해 복귀했다 추측했다. 결국, 로직은 ‘Vaccine’을 통해 복귀하게 되었다. 이 앨범 [Vinyl Days]는 로직의 복귀 이후 첫 앨범으로, DJ 프리미어가 참여한 ‘Vinyl Days’를 필두로 여러 양질의 곡들을 선공개해 기대를 모았다.

일단 이 앨범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길다. 그런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중간중간에 비교적 좋지 않은 트랙들이 끼어있기 마련인데, 이 앨범은 다행히도 너무 난잡하게 들리는 ‘Bleed it’이 조금 거슬리는 것을 제외하면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퀄리티가 떨어지는 곡은 없다. 또한 카운트 베이스 디(Count Bass D)의 앨범을 연상케 하듯 곡들이 대부분 짧은데, 그것이 오히려 곡들이 질리지 않게 하고 긴 앨범에서 느껴질 수 있는 지루함을 막는 역할을 한다. 스킷들이 너무 많은 점이 거슬리기는 하지만, 많은 앨범들에서 대부분의 스킷들이 아무 의미 없이 낭비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곡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잘 하는 이 앨범의 스킷은 좋게 평가받을 만하다. 물론 곡들이 대부분 짧은 점 덕분인 것도 있지만, 앨범 전체에서 지루함을 방지하는 것은 로직의 랩이다. 과거 앨범들에서 자신에게 맞지 않는 스타일의 비트에 과도하게 맞추려는 느낌을 준 적이 있었지만, 이 앨범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에게 맞는 비트를 얻고 편하게 랩을 하는 느낌이다. 자신, 식스(6ix), 그리고 PSTMN 등 여러 프로듀서들의 붐뱁 비트
위에서 날아다니는 로직의 날카롭고 변화무쌍한 플로우와 라임은 최근 랩에서 느껴보기 힘든 쾌감을 선사한다. 특히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을 연상케 하는 비트 위에서 속사포 랩을 쏟아내는 ‘Rogue One’은 현재까지 올해 최고의 랩 스킬을 보여주는 트랙들 중 하나라 할 만하다. 앨범의 주인공인 로직도 뛰어나지만, 게스트들도 제 할일을 했다. 빅 렌보(Big Lenbo) 등도 뛰어나고, 로직의 얼터 이고 닥 디가 참여했다고 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눈이 더 가는 쪽은 더 유명한 게스트들이다. ‘Clouds’에 참여한 커렌시(Curren$y)는 조금 아쉬운 편이지만, ‘Therapy Music’에 참여한 러스(Russ)는 특유의 음색으로 주목할 만한 벌스를 남기고, ‘Breath Control’의 위즈 칼리파(Wiz Khalifa)나 ‘In my lifetime’의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도 좋은 퍼포먼스를 남긴다. 블루(Blu)도 ‘Orville’에서 로직과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그리고 좀 더 노장에 가까운 래퍼들의 피처링의 경우에는 르자(RZA)가 ‘Porta one’에서 자신 특유의 스타일로 뇌리에 깊히 박히는 벌스를 남겼고, AZ는 다음절 라이밍(Multisyllabic rhyming)으로 곡‘Carnival’을 빛내준다. 또한 최근 [Drillmatic]으로 복귀한 더 게임(The Game)은 둘 다 은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했다는 로직과의 공통점으로 자신의 랩에 대한 애증에 관해 랩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랩 게스트는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9)으로, ‘Ten Years’에서 거의 모든 구절을 라임으로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리고 선공개곡이자 의심의 여지 없이 앨범의 베스트 트랙인 ‘Vinyl Days’를 프로듀싱하고 스크래치에 참여한 DJ 프리미어는 자신의 전성기 시절만큼 뛰어난 비트를 선보인다.

사실 이 앨범의 가사는 특별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자기과시적이거나 배틀 랩에 가깝기도 한 가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현재 메인스트림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인 붐뱁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준수했던 초기 2장의 앨범 이후에는 계속 시행착오를 겪던 로직이 드디어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 자신의 잠재력에 걸맞는 수작을 만들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앨범의 느낌을 유지하면서 계속 활동을 지속하면, 자연스레 그는 뉴 스쿨 최고의 래퍼들 중 하나로 인식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