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oup Home - Livin Proof (1995) 리뷰
아티스트: Group Home
앨범 타이틀: Livin Proof
발매 년도: 1995년 11월 21일
레이블: Payday Records
장르: 붐뱁
앨범 길이: 49분 12초
평점: 8/10
1990년대 동부 힙합을 이끄는 콜렉티브들 중 하나는 갱스타 파운데이션(Gang Starr Foundation)이었다. 이름처럼 듀오 갱 스타(Gang Starr)를 주축으로 하는 이 콜렉티브는 제루 더 다마자(Jeru The Damaja), 아푸라(Afu Ra), 프레디 폭스(Freddie Foxx) 등의 걸출한 아티스트들이 소속되어 있었고, DJ 프리미어(DJ Premier)는 멤버들과 함께 많은 작업을 하며 여러 명반들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갱 스타 파운데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멜라니 더 너트크래커(Melani The Nutcracker)와 릴 댑(Lil Dap)으로 구성된 듀오 그룹 홈(Group Home)이다.
그룹 홈의 첫 시작은 1992년에 나온 갱 스타의 [Daily Operation]의 수록곡 'Im The Man'에 릴 댑이 피처링하면서였다. 1994년에 나온 갱 스타의 [Hard To Earn]에서는 릴 댑이 'Speak ya Clout'에 피처링하고, 멜라니 더 너트크래커가 'Words from the Nutcracker'를 혼자서 맡으며 둘의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1995년, 그룹 홈은 DJ 프리미어가 프로듀싱한 1집 [Livin Proof]를 발매하게 되었다.
일단 이 앨범에서 DJ 프리미어의 프로듀싱은 완벽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갱 스타의 구루(Guru)와 제이-지(Jay-Z)의 멘토로 유명한 재즈-오(Jaz-O)가 각각 프로듀싱한 4번, 8번 트랙을 제외한 전곡을 프로듀싱한 DJ 프리미어는 자신 커리어 사상 최고 수준의 비트들을 제조하며 사실상 이 앨범이 호평을 받는 모든 이유라고 할 만하다. 'Inna City Life', 매혹적인 피아노 루프의 'Livin Proof', 게토의 쓸쓸한 느낌을 잘 표현한 'Suspended In Time', 그리고 살짝 우주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는 독특한 루프의 'Supa Star'을 들어 보면 왜 사람들이 90년대가 DJ 프리미어의 전성기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완벽한 드럼도 이 앨범에서 유효하다.
만약 프로덕션만 생각한다면 이 앨범은 9/10의 점수를 받을 명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릴 댑과 멜라니 더 너트크래커는 뛰어난 래퍼에서 거리가 멀다. 릴 댑은 그래도 독특한 목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평타는 치는 래퍼이긴 하지만, 멜라니 더 너트크래커의 실력은 너무 평범하다. 개성 없는 목소리, 평범한 플로우는 이 앨범에서의 랩 수준을 떨어뜨린다. 또한 둘의 리릭시즘은 랩 실력보다도 상태가 나쁘다. 둘은 구루와 비슷하게 사회적 의식을 드러내는 컨셔스 랩(conscious rap)을 하려고 시도한 듯 보이나, 기본적인 비유와 클리셰적인 메시지로 가득 차 있으니 지적인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청소년들 같은 치기만 느껴질 뿐이다. 특히 멜라니 더 너트크래커의 가사에서(Walkin' the tunnels of hell the next level/It's the Nutcracker givin' hell to the devil) 그런 단점이 더 잘 드러난다.
만약 이 앨범의 래퍼가 구루나 제루 더 다마자였으면 이 앨범은 클래식이었을 테고, 그나마 릴 댑의 솔로작이었다면 이 앨범은 지금보다 더 좋은 평을 받았을 것이다. 랩과 가사가 최고 수준의 프로덕션에 비해서 너무 빈약해서 아쉬움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90년대 동부 힙합의 팬이라면 꼭 들어봐야 할 앨범이라고 할 만하다. 적어도 갱 스타 파운데이션이나 DJ 프리미어의 팬이라면..